우라칸 단종 2년, 람보르기니 매장에 남은 차는 전부 이렇게 바뀌었다

람보르기니 쇼룸 카탈로그가 조용히 통째로 바뀌었습니다.

V10 우라칸이 마지막 차를 내보낸 게 2024년 말입니다. 그로부터 2년, 지금 산타가타 볼로냐 공장에서 나오는 차는 딱 세 갈래로 정리됐는데요. 세 대 모두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부 배터리를 달고 있다는 겁니다. 순수 내연기관 람보르기니는 신차로는 이제 살 수 없습니다.

V10이 비운 자리, 907마력 막내

우라칸은 브랜드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슈퍼카였습니다. 입문 모델 역할도 했고요.

그 자리를 이어받은 차가 테메라리오입니다. 2026년 1월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됐습니다.

자연흡기 V10 대신 4.0리터 트윈터보 V8이 들어갔고, 여기에 전기모터 세 개가 붙었습니다. 합산 출력은 907마력. 우라칸 후기형이 640마력 안팎이었으니 한 세대 만에 260마력 넘게 뛰었습니다.

배기량은 줄었는데 출력은 오히려 늘었죠. 요즘 슈퍼카 시장이 딱 이런 식으로 굴러갑니다.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터보를 달고도 1만 rpm

테메라리오의 진짜 자랑은 회전수입니다. 레드존이 1만 rpm을 넘어가는데요. 람보르기니는 양산 슈퍼카 중 유일하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정지에서 100km/h까지 2.7초, 최고 속도는 343km/h. 더 가볍게 만든 알레제리타 사양도 함께 고를 수 있습니다.

터보 엔진은 보통 낮은 회전수에서 힘을 몰아 쓰고 일찍 끝납니다. 그걸 1만 rpm까지 끌고 갔다는 건, 하이브리드로 넘어가도 소리와 감성은 포기 안 하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1,065마력이 붙인 가격표

꼭대기에는 지난 8월 공개된 레부엘토 SV가 있습니다.

6.5리터 자연흡기 V12가 825마력을 내고, 전기모터 세 개와 7.3kWh 배터리가 더해져 합산 1,065마력이 나옵니다. 람보르기니가 지금까지 만든 양산차 중 가장 강력한 수치입니다.

람보르기니 라부엘토 SV

제로백 2.4초, 최고 속도 348km/h. 다운포스는 기본 레부엘토보다 80% 늘었고, 그 무섭다던 아벤타도르 SVJ보다도 10% 높습니다.

미국 시작가는 74만 1,172달러. 기본 레부엘토가 60만 5천 달러 선이니 상당한 웃돈입니다. 게다가 전 세계 1,963대만 만듭니다.

기본형 레부엘토 국내 가격이 7억 원대 후반이었던 걸 감안하면, SV는 10억 선을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그마저도 사겠다고 줄을 서는 시장이고요.

판매의 절반을 떠받치는 SUV

화제는 슈퍼카가 다 가져가지만, 실제 살림은 우루스가 책임집니다.

우루스는 브랜드 글로벌 판매의 약 절반을 차지합니다. 현행 우루스 SE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바뀌었고, 미국 기준 25만~28만 달러 수준입니다.

지난 7월에는 더 매운 우루스 SE 페르포만테가 공개됐습니다. 람보르기니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 SUV라고 부르고 있죠.

네 명이 타고 짐도 싣는 람보르기니. 세 모델 중 그나마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점에서, 이 차가 왜 절반을 파는지는 설명이 됩니다.

2030년 너머로 밀린 전기차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람보르기니는 원래 2020년대 후반에 첫 순수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했었는데요.

그 계획이 2030년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스테판 빙켈만 CEO는 자사 고객층에서 전기차 수용도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전기 슈퍼 GT로 예고됐던 란자도르 콘셉트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숫자를 보면 이 판단이 이해가 갑니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은 17억 4천만 유로로 7.4% 늘었는데, 인도 대수는 5,422대로 오히려 4.6% 줄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22.7%.

많이 파는 대신 비싸게 판다는 뜻이죠. 대수를 늘려야 하는 대중 브랜드와는 셈법 자체가 다릅니다.

한국 시장과 남은 궁금증

한국은 만만한 시장이 아닙니다.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다음 자리를 다투는 상위권 국가고요. 상반기에만 195대가 등록된 해도 있었습니다.

람보르기니는 올해 이몰라, 굿우드, 몬터레이, 그리고 12월 마이애미 아트바젤까지 네 차례에 걸쳐 신차를 공개하는 일정을 잡아뒀습니다. 대부분 기존 세 모델에서 파생되는 형태입니다.

레부엘토 SV의 국내 배정 물량과 최종 가격, 테메라리오 정식 출시 시점, 우루스 SE 페르포만테의 성능 수치까지. 아직 확인해볼 게 남아 있습니다.

전동화를 피하지 않되 전기차로는 서두르지 않는다. 람보르기니가 2년에 걸쳐 내놓은 답은 결국 이 한 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