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빠른 차.” 부가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식어죠. 그런데 이번에 부가티가 아주 특별한 차를 공개했습니다.
이름은 ‘디스트리어(Destrier)’. 부가티의 맞춤 제작 프로그램인 ‘솔리테어’가 선보인 세 번째 단일 제작(원오프) 모델입니다. 재밌는 건 이 차의 바탕이 된 모델이 일반 도로용 차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트랙 괴물의 우아한 반전
디스트리어는 1578마력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을 뿜어내는 서킷 전용 트랙카 ‘볼리드(Bolide)’를 뼈대로 삼았습니다. 르망 24시 레이스에 나갈 법한 납작하고 무시무시한 트랙용 괴물을 도로 위에 어울리는 우아한 차로 완전히 바꿔놓은 거죠. 서킷 랩타임을 단축하기 위해 차를 강하게 짓누르던 살벌한 공기역학 부품들은 과감하게 덜어냈습니다.

거대한 날개 대신 선택한 절제미
디스트리어의 가장 눈에 띄는 매력은 볼리드에 있던 거대한 리어 윙을 떼어냈다는 겁니다. 그 자리에는 차체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평평한 스포일러가 자리 잡았죠. 다운포스를 위한 날개를 포기한 대신, 차의 비율 그 자체가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볼리드 특유의 십자가 모양(X자) 테일램프도 디스트리어만을 위한 새로운 십자가 패턴으로 바뀌었습니다. 앞부분은 부가티의 전통적인 C자 형태 라인을 살리면서도 부풀어 오른 거대한 펜더가 우아한 실루엣을 완성합니다.
전설을 품은 파란 빛깔
외관을 덮고 있는 영롱한 파란색 차체는 ‘사파이어 셀레스테(Sapphire Celeste)’라는 특별한 색상입니다. 과거 랄프 로렌이 소유했던 전설적인 명차, 1937년형 ‘타입 57SC’에 칠해졌던 파란색을 오마주했죠.
흥미로운 건 타입 57SC 역시 르망 레이스 우승카인 ‘타입 57G 탱크’와 핏줄을 공유한다는 사실입니다. 서킷과 도로를 잇는 부가티만의 역사적인 연결 고리를 색상 하나로 멋지게 담아낸 셈입니다.
뱀가죽 느낌의 럭셔리 실내
경주용 차의 뼈대를 가져왔지만, 실내는 평범한 슈퍼카 그 이상입니다. 트랙 주행에만 맹렬하게 집중했던 볼리드와 달리 디스트리어는 부가티 특유의 고급스러운 그랜드 투어러 감성을 가득 품었습니다.
따뜻한 브라운 톤의 가죽과 누벅이 실내를 감싸고 있고, 여기에 뱀가죽을 연상시키는 ‘3D 니트 직물’을 더해 극강의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헬멧을 쓰고 서킷을 달리는 대신 멋진 정장을 입고 도심을 달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모습입니다.

1578마력을 넘어서는 낭만
보통 이런 슈퍼카가 나오면 “제로백이 몇 초냐”, “최고 속도가 얼마냐”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죠. 하지만 부가티는 디스트리어를 두고 “1578마력이라는 숫자는 그저 거들 뿐”이라고 말합니다. 도로 위에서의 극한의 성능보다는 장인 정신과 완벽한 비율, 차가 주는 감성적인 아름다움이 이 차의 진짜 매력이라는 겁니다.
가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뼈대가 된 볼리드만 해도 한화로 약 70억 원(5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서킷 전용 차를 일반 도로에서도 달릴 수 있게 완전히 새로 빚어냈으니 그 몸값은 상상을 초월하겠죠.
물론 가격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전 세계에 이 차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니까요. 압도적인 성능과 예술 작품 같은 디자인, 여러분은 디스트리어의 어떤 매력에 더 끌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