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애스턴마틴 소식입니다.
007 본드카로 익숙한 그 영국 브랜드가 고성능 ‘S’ 라인업 세 대를 한국에 한꺼번에 풀었습니다. 지난 8월 24일 서울 영동대로 애스턴마틴 서울 전시장에서 DBX S, 밴티지 S, DB12 S가 국내 최초로 공개됐죠.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차는 다 세워놨고 사전 예약도 받는다는데, 정작 가격표가 없습니다.
가격 미공개, 예약은 시작
공식 수입사 브리타니아 오토는 이날 국내 판매 가격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전 예약부터 받겠다고 했는데요.
초고가 브랜드에서 드문 일은 아닙니다. 옵션에 따라 최종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차종이라, 시작가만 던져놓으면 오히려 혼선이 생기거든요.
그래도 감을 잡을 방법은 있습니다. 기존 모델 가격을 보면 됩니다. DBX707이 3억 1,700만원부터, DB12가 3억 900만원부터였습니다. S는 이 차들의 윗급이니까 최소한 그 이상이라는 뜻이죠.
727마력, 발할라에서 가져온 터보
세 대 중 가장 센 건 SUV인 DBX S입니다.
4.0리터 V8 트윈터보로 최고출력 727마력, 최대토크 900Nm를 냅니다. 제로백 3.3초에 최고속도는 310km/h. 기존 DBX707보다 딱 20마력이 올랐습니다.
여기 들어간 터보 기술이 하이퍼카 발할라에서 넘어온 겁니다. SUV에 하이퍼카 부품을 얹은 셈이죠.
DB12 S는 700마력에 800Nm, 제로백 3.5초입니다. 최고속도는 325km/h로 오히려 DBX S보다 빠릅니다. 밴티지 S는 680마력에 제로백 3.4초인데, 라인업 막내가 680마력이라는 게 이 브랜드의 현재 위치를 말해줍니다.
출력보다 무게를 깎았다
흥미로운 건 출력 상승폭이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20마력이면 사실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죠.
그래서 애스턴마틴이 손댄 건 무게였습니다. DBX S에 카본 파이버 루프와 23인치 마그네슘 휠을 넣으면 최대 47kg이 빠집니다. 특히 마그네슘 휠만으로 스프링 아래 하중이 약 19kg 줄어드는데요.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스프링 아래 무게는 1kg만 줄여도 승차감과 조향 반응이 확 달라지거든요. 덩치 큰 SUV가 민첩하게 도는 비결이 여기 있습니다.
3억대 슈퍼 SUV 경쟁 구도
DBX S가 들어가는 자리는 이미 복잡합니다.
페라리 푸로산게가 V12로 725마력을 내고, 람보르기니 우루스는 하이브리드로 800마력을 찍었습니다. 벤틀리 벤테이가는 편안함 쪽에 무게를 실은 성격이고요.
숫자만 보면 DBX S가 압도적이진 않습니다. 다만 푸로산게는 대기가 길고, 우루스는 배터리 때문에 무거워졌죠. 순수 내연기관으로 727마력을 내는 SUV는 이제 흔치 않습니다.
전동화 안 간다는 선언
애스턴마틴은 이날 전동화에 선을 그었습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배터리를 넣으면 차가 200kg 정도 무거워진다는 게 이유입니다. 700마력 이상을 내려면 무게를 더 늘릴 여유가 없다는 설명이었죠.
V12 모델 도입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다만 인증 문제로 대기 기간이 길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만드는 차라 조건만 맞으면 들여올 수 있다는 입장인데, 당장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실제로 굴리려면
3억이 넘는 차의 진짜 비용은 차값 다음부터 시작됩니다.
4.0리터 V8이면 연간 자동차세만 100만원을 훌쩍 넘고, 23인치 마그네슘 휠에 맞는 타이어는 네 짝 교체에 수백만원이 듭니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는 소모품 한 번 갈 때마다 웬만한 중형차 값이 나가죠.
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차를 사는 분들에게는 애초에 계산 대상이 아니기도 하고요.
결국 가격은 언제 나오나
정식 가격은 인증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공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애스턴마틴 서울 전시장에서 실차를 보고 예약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빠른 방법이죠.
슈퍼 SUV 시장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DBX707 실제 유지비, 푸로산게 국내 대기 기간, 우루스 하이브리드 전환 이후 평가 같은 키워드가 도움이 됩니다. 밴티지 S와 포르쉐 911 터보의 가격 비교도 꽤 재미있는 주제고요.
가격을 감춘 채 예약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살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727마력짜리 영국 SUV는 그렇게 조용히 한국에 상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