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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백 2.5초, 5인승… 페라리 전기차 루체, 국내 상륙

페라리에서 오랜만에 시끌시끌한 소식이 나왔습니다.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내놓은 순수 전기차 ‘루체(Luce)’가 지난 24일 서울 청담 전시장에서 국내 미디어에 공개됐는데요. 26일부터는 실제 고객들도 실차를 볼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아직 국내 정식 판매가나 출시 일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단 얼굴부터 보여주고, 계약은 나중에 받겠다는 뜻이죠.

9억 넘는 가격표

루체의 유럽 판매가는 55만 유로, 원화로 환산하면 9억 7000만원 수준입니다. 페라리 라인업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가격이죠. 옵션을 더하면 국내 실구매가는 10억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흥미로운 건 이 가격에도 불구하고 2026년 생산 물량이 이미 완판됐고, 2027년 물량도 거의 마감 단계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값이 비싸다고 안 팔리는 차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죠.

1050마력, 제로백 2.5초

루체에는 네 바퀴를 각각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전기모터 4개와 122kWh 용량의 대형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합산 출력은 1050마력에 달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2.5초입니다. 웬만한 슈퍼카 뺨치는 숫자인데요.

차체와 섀시는 75%가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고, 무게 배분은 앞뒤 47대 53으로 잡았습니다. 최첨단 액티브 서스펜션 ‘ASC 3.0’까지 더해져, 덩치가 커진 만큼 코너에서도 밸런스를 놓치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페라리 최초의 5인승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차체 구조입니다. 루체는 페라리 최초로 4도어 5인승을 채택했습니다. 뒷문은 코치 도어 방식으로 열리고, 트렁크 용량은 597리터나 됩니다. 스포츠카 한 대에 짐칸 걱정까지 덜었다는 얘기죠.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루체를 기존 페라리처럼 ‘2인용 스포츠카’가 아니라, 포르쉐 파나메라나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같은 전기 GT 세단에 가깝게 봅니다. 슈퍼카 성능은 그대로 두고 실사용성을 대폭 끌어올린 방향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리 버튼을 고집한 이유

실내 디자인은 애플의 전 최고디자인책임자 조니 아이브와 산업디자이너 마크 뉴슨이 이끄는 ‘러브프롬’이 맡았습니다. 요즘 전기차들이 너도나도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실내를 채우는 것과 달리, 루체는 기계식 버튼과 다이얼을 그대로 남겨뒀습니다.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페라리다운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죠.

다만 외관 디자인을 두고는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공개 직후 SNS에서는 다른 브랜드 로고를 합성한 조롱 게시물이 쏟아졌고, 페라리 전 회장까지 나서 아쉬움을 표할 정도였습니다. 이 여파로 밀라노와 뉴욕 증시에서 페라리 주가가 동반 급락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물량은 다 팔렸으니, 호불호와 실구매는 별개라는 걸 확인시켜준 셈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계기판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업입니다. 운전석 계기판인 ‘비너클’을 비롯해 중앙 제어 패널, 뒷좌석 제어 패널까지 OLED로 채워졌는데요. 12.9인치와 12인치 패널을 겹쳐 배치하고 상단에 컷아웃을 낸 다층 구조라, 화면에 입체감을 준 게 특징입니다. 한국 기술이 페라리 실내를 채웠다는 점, 은근히 자랑할 만한 포인트죠.

정작 살 수 있느냐가 문제

지금 국내에서 진행 중인 건 ‘프라이빗 뷰’ 행사입니다. 26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청담에서, 이후 부산에서도 순차적으로 실차를 공개합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용인 사옥에서도 별도 쇼케이스가 열릴 예정이고요. 그런데 정작 한국 시장 판매가와 출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해외에서는 벌써 생산 물량이 동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국내 물량 배정이 넉넉할 거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눈으로는 실컷 볼 수 있어도, 실제 계약까지 이어질 국내 고객이 몇이나 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페라리 첫 전기차, 러브프롬 디자인 협업, 삼성디스플레이 OLED, 그리고 국내 정식 가격까지. 앞으로 나올 소식들을 하나씩 찾아보면 루체를 이해하는 재미가 더해질 것 같습니다.

디자인 논란은 여전하지만, 완판이라는 숫자는 이미 답을 내놓은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