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트카

시대를 너무 앞서가 망해버린 70년대 슈퍼카들

종이접기하듯 깎아 만든 자동차의 등장

요즘 도로에서 보이는 날렵하고 멋진 스포츠카들, 다들 한 번쯤 눈여겨보셨을 텐데요. 그런데 이런 차들의 조상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자동차는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곡선이 진리였거든요.

그런데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갑자기 약속이라도 한 듯 프랑스 곡선자를 던져버리고 직각자와 삼각자를 들기 시작했어요. 자동차 엔진 위치가 앞쪽에서 뒤쪽(미드십)으로 바뀌면서 기술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모양을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등장한 게 바로 종이접기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 ‘웨지(Wedge) 디자인’이었죠.

앞유리를 들고 타는 황당한 열정

당시 디자이너들의 도전은 단순히 모양만 바꾼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1968년에 처음 등장한 알파로메오 카라보는 위로 젖혀지며 열리는 ‘시저도어’를 최초로 선보였는데요. 이건 나중에 우리가 잘 아는 람보르기니 쿤타치의 시초가 되었답니다.

이보다 더 황당하고 멋진 차도 있었어요. 1970년에 나온 란치아 스트라토스 제로는 차 높이가 너무 낮아서 옆문이 아예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탔냐고요? 운전석 앞유리 전체가 뚜껑처럼 위로 펄럭 열리면, 전면부를 발로 밟고 기어 들어가야 했어요. 실제로 주변에서도 이 차를 사진으로 본 분들은 “사람이 들어가다 담 걸리겠다”며 깔깔 웃으시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엉뚱한 도전 덕분에 훗날 세계 랠리 경기를 씹어먹은 전설의 레이싱카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 우주선이 도로 위로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페라리 512S 모듈로는 그야말로 SF 영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우주선 그 자체였습니다. 바퀴는 차체 안에 반쯤 숨겨져 있었고, 전투기처럼 조종석 지붕 전체가 앞으로 스르륵 슬라이딩되면서 열리는 구조였죠.

제가 보기엔 지금 나와도 “와, 미래 차다!” 하고 깜짝 놀랄 법한 비주얼인데, 이걸 무려 50년 전에 사람이 손으로 직접 만들어냈다는 게 믿어지지 않더라고요. 엔진 하나 없는 껍데기 상태로 모터쇼에 출품했던 마세라티 부메랑 같은 차도 있었는데, 나중에 이 아이디어들이 이어져서 로터스 에스프리와 BMW M1 같은 명차들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바퀴 6개 달린 시속 400km 자동차

하지만 70년대에 나왔던 컨셉카 중에 끝판왕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팬서 6(Panther 6)’라는 차예요. 1977년에 등장한 이 차는 앞바퀴 2개, 뒷바퀴 4개로 무려 바퀴가 6개나 달린 괴물이었습니다.

8.2리터짜리 거대한 캐딜락 엔진을 탑재해서 당시 주행 목표 속도가 무려 시속 409km(254mph)였어요. 가격도 당시 페라리보다 1.5배나 비쌌는데요. 문제는 엄청난 스펙을 자랑하며 등장했지만, 1리터로 고작 1.7km밖에 못 가는 최악의 연비였단 점입니다. 하필 이 차가 나오고 얼마 뒤에 오일쇼크가 터지는 바람에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단 2대만 만들어지고 회사가 문을 닫는 비운을 맞이하고 말았죠.

실패한 꿈들이 만든 오늘의 디자인

지금 돌아보면 1970년대에 탄생했던 극단적인 70년대 슈퍼카 컨셉카들은 대부분 양산에 실패하거나 너무 비싸서 사라졌습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간 탓에 세상의 외면을 받기도 했고요.

하지만 당시에 남긴 무모하고 솔직한 도전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타는 자동차들의 날렵한 스타일이나 화려한 문열림 방식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무모해 보였던 디자이너들의 고집과 상상력이 결국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미래를 만들어낸 셈이죠.